첫 상담에서 업체가 이렇게 말합니다. “욕실은 덧방으로 가고, 무몰딩에 매입등, 가구는 E0 필름으로 할게요.” 고개는 끄덕였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으셨다면 정상이에요. 인테리어 용어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가 섞여 있어서 처음 듣는 사람이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전부 외우실 필요는 없어요. 용어는 시험 보려고 배우는 게 아니라 견적서에서 빠진 걸 찾으려고 배우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글은 사전 순서가 아니라 돈과 가까운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계약서와 견적서에 나오는 말
선금 / 중도금 / 잔금
공사비를 나눠서 내는 순서입니다. 보통 계약할 때 선금, 공사 중간에 중도금, 끝나고 잔금을 내요. 계약하자마자 절반 넘게 달라는 곳은 피하세요. 자재를 미리 사야 한다는 말이 따라붙는데, 정상적인 업체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잔금은 하자를 확인한 뒤에 내는 것으로 계약서에 적어두세요.
별도 / 포함
견적서에서 제일 무서운 두 글자가 “별도”입니다. 철거에 폐기물 처리비가 포함인지, 부가세가 포함인지, 이 두 개는 계약 전에 꼭 물어보세요. 싸 보였던 견적이 여기서 뒤집힙니다.

자재 명시
계약서에 자재를 적을 때는 브랜드, 모델명, 색상 코드까지 적는 게 원칙이에요. “고급 벽지”가 아니라 제품 이름으로요. 이렇게 적혀 있어야 나중에 다른 물건이 왔을 때 따질 근거가 됩니다.
실측
업체가 집에 와서 치수를 재는 일입니다. 실측 전 견적은 전부 예상 금액이에요. 실측 후에 금액이 바뀌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는 미리 물어보세요.
평단가
전체 금액을 평수로 나눈 숫자예요. 감 잡기엔 편한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어서 업체끼리 비교할 때는 오히려 헷갈립니다. 평당 얼마인지보다 항목이 몇 줄인지 보세요. 그리고 평 단가는 결과론적 이야기입니다. 최종 공사가 마무리되고 지출 비용을 보니 평당 이만큼 나왔구나. 정도로 보시면 좋아요.
공사 순서를 알면 견적서가 읽힙니다
견적서는 대개 공사 순서대로 적혀 있어요. 순서는 이렇습니다.
철거 → 설비 → 전기 → 목공 → 필름·도장 → 타일 → 도배 → 마루 → 조명·가구
- 철거: 뜯어내는 일입니다.
- 설비: 수도 배관, 하수구, 보일러 배관을 만지는 일이에요. 겉에서 안 보이는 공사라 아까워 보이는데, 20년 넘은 집에서 여길 아끼면 새로 깐 바닥을 다시 뜯게 됩니다.
- 전기: 배선과 콘센트요. 옛날 아파트는 에어컨 한 대 쓰던 시절에 설계돼서 용량이 작아요. 지금은 건조기에 인덕션까지 다 전기라, 배선을 안 늘리면 여름에 차단기가 내려갑니다. 콘센트와 스위치 위치는 이 단계에서 다 정해집니다. 공사 끝나고는 못 바꿔요.
- 목공: 나무로 뼈대를 만드는 일. 천장, 가벽, 몰딩이 여기 들어갑니다.
- 필름: 문이나 문틀, 싱크대에 얇은 시트를 붙여 색을 바꾸는 겁니다. 새로 사는 것보다 훨씬 싸요.
- 미장: 벽이나 바닥을 시멘트로 평평하게 고르는 일이에요.

눈에 보이는 곳 이름
몰딩 / 무몰딩
인테리어 용어 중 몰딩은 천장과 벽이 만나는 자리에 두르는 마감재예요. 그런데 이게 장식이 아니라 기능입니다. 벽과 천장은 완벽한 직각이 안 나와서, 그 어긋난 틈을 몰딩이 가려줘요.
요즘 유행하는 무몰딩은 이걸 없애는 건데, 그러려면 벽과 천장을 아주 평평하게 새로 만들어야 해서 돈이 더 듭니다. 그리고 건물은 계절마다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 해서, 몇 년 지나면 그 자리에 금이 가기도 해요. 예쁜 값과 하자 걱정을 같이 사는 셈입니다.
걸레받이 / 굽도리
벽과 바닥이 만나는 자리에 두르는 겁니다. 걸레질할 때 벽지가 젖는 걸 막아줘요. 굽도리는 그중 테이프처럼 얇게 붙이는 방식이에요.

우물천장
천장 가운데를 네모나게 한 단 높인 모양입니다. 20~30년 전 아파트에 많은데, 요즘은 뜯어내고 평평하게 가는 집이 많아요.
매입등(다운라이트)
천장에 구멍을 뚫어 안으로 넣은 조명이에요. 깔끔한데, 너무 많이 달면 천장이 구멍투성이가 되고 눈도 피곤합니다. 그리고 매입등 위치는 전기 배선과 묶여 있어서 공사 끝나면 못 옮겨요. 조명은 맨 나중에 고르는 게 아니라 처음에 정하는 겁니다.
바닥재 4종류
| 이름 | 뭔가요 | 장점 | 단점 |
| 장판 | 두꺼운 비닐 | 가장 쌈, 따뜻함, 물에 강함 | 무거운 가구 자국이 남음 |
| 강화마루 | 나무 가루를 눌러 만든 판 | 흠집에 강함, 쌈 | 걸을 때 소리, 물에 약함 |
| 강마루 | 합판 위에 나무 무늬를 입힘 | 바닥에 붙여서 소리 적음, 난방 잘 통함 | 강화마루보다 흠집에 약함 |
| 원목마루 | 진짜 나무를 얇게 붙임 | 나무 느낌이 가장 좋음 | 값이 비쌈, 관리 필요 |
(아파트에서는 강마루를 쓰는 집이 가장 많습니다)
바닥에서 하나 더요. 차음재(완충재)라는 게 있습니다. 바닥재 아래에 까는 소음 줄이는 층이에요. 완벽하진 않지만 층간소음을 어느 정도 줄여줍니다. 아이가 뛰는 집이라면 아랫집과의 평화를 사는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욕실에서 쓰는 말
덧방
기존 타일을 뜯지 않고 위에 새 타일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싸고 빨라요. 대신 두 가지를 아셔야 합니다. 타일 두께만큼 바닥이 올라와서 문턱이 생길 수 있고, 그 아래 방수층은 그대로라는 거예요.
방수층
타일 밑에서 물이 아래층으로 새지 않게 막는 층입니다. 겉 타일이 멀쩡해도 방수층에는 수명이 있어서, 오래된 집은 타일보다 이게 먼저 늙어요. 지금 물이 새거나 아래층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면 덧방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뜯고 방수부터 다시 해야 해요.

젠다이
욕실 벽에 만드는 선반 턱이에요. 샴푸통 올려두는 그 자리입니다.
UBR 욕실
욕실 전체가 통째로 조립식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90년대 아파트에 있어요. 이 경우 공사 방식이 달라지니 상담 때 꼭 말씀하세요.
주방·가구에서 쓰는 말 — “일체”라고 적혀 있으면 물어보세요
E0 등급
가구 판재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그러니까 유해 물질이 얼마나 적은지 나타내는 친환경 등급이에요. 숫자가 낮을수록 좋고, 살림집 가구라면 E0 이상을 확인하세요.
내지문
말 그대로 지문이 안 남는 마감입니다. 어두운 색 가구 문짝은 손자국이 잘 보이는데, 내지문 필름이면 관리가 편해요.
철물
경첩(문짝 여닫는 부품)과 서랍 레일을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집에서 하루에 수십 번씩 만지는 부품이라, 싼 걸 쓰면 몇 달 만에 문이 처지고 소리가 나요. 매일 만지는 것일수록 좋은 걸 쓰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부속
싱크볼(개수대), 수전(수도꼭지), 후드(연기 빨아들이는 것)를 묶어 부릅니다.
그리고 여기가 인테리어 용어 중에서 돈이 제일 크게 갈리는 자리예요. 견적서에 “주방 일체”, “붙박이 일체”라고 한 줄로 적혀 있으면, 그 안에 어떤 문짝·철물·부속이 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 주방과 업체가 생각하는 기본 주방은 구성부터 달라요. 둘 다 거짓말한 게 아니라 같은 단어를 다르게 쓴 겁니다. 그래서 문짝은 어느 브랜드 어떤 색 어떤 등급인지, 싱크볼과 수전은 어떤 모델인지 적어달라고 하세요. (ex. 견적서에 후드 모델명이 적혀 있나요?)
창호에서 쓰는 말
하이샤시
PVC로 만든 창틀입니다. 요즘 아파트에 다는 창은 거의 다 이거예요. 알루미늄보다 열이 덜 빠지고 소리도 덜 들어옵니다. 참고로 20~30년 전 집에 남아 있는 은색 알루미늄 새시는 단열이 나빠서, 그 집이라면 창 교체를 미루지 마세요.

로이유리
유리에 얇은 막을 입혀 열이 덜 빠지게 만든 유리예요. 견적서에 “로이”라고 적혀 있는지 확인하세요.
완성창 / 제작창
완성창은 공장에서 다 만들어 나오는 것, 제작창은 현장 치수에 맞춰 짜는 겁니다. 일반 아파트는 대부분 완성창이에요.
현장에서 들리는 일본어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 들립니다. 알아만 두세요.
- 덴조 = 천장
- 다루끼 = 얇고 긴 각목
- 아시바 = 올라가서 작업하는 발판
일본어를 쓴다고 나쁜 업체가 아닙니다. 오래 일한 분일수록 몸에 배어 있어요. 말투가 아니라 견적서가 얼마나 자세한지로 판단하세요.
정리하면
- 인테리어 용어는 외우는 게 아니라 견적서에서 빠진 걸 찾는 도구입니다.
- 돈과 직결되는 건 다섯 개 — 별도/포함, 덧방과 방수, 일체 견적, 철물, 매입등 위치.
- 계약서에는 자재를 브랜드·모델명·색상 코드까지 적으세요.
- 최소한 브랜드와 라인은 정해야 합니다. 세부 색상은 나중에 정하더라도. ex) LX 에디톤
자주 묻는 질문
용어를 다 외워야 하나요?
아니요. 위의 다섯 개만 아셔도 상담이 달라집니다. 나머지는 나올 때 물어보시면 돼요.
상담 중에 모르는 말이 나오면요?
그 자리에서 물어보세요. 설명을 잘해주는지가 오히려 업체를 고르는 기준이 됩니다. 귀찮아하거나 얼버무리면 그것도 답이에요.
견적서에 모르는 인테리어 용어가 적혀 있으면요?
무슨 공사인지, 왜 필요한지,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세 가지를 물어보세요. 세 번째 답이 명확한 항목만 남기시면 됩니다.
“일체”로 적힌 견적이 더 싼데, 그냥 하면 안 되나요?
쌀 수 있어요. 업체들이 흔히 쓰는 무난한 기준 구성이 있어서, 그 안에서 나오면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뭔지 모르고 계약하는 거예요. 운이 나쁘면 몇 년을 아쉬운 주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구성만 확인하고 계약하면 같은 가격에 훨씬 안전해요.
